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항문에 대하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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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웰항외과 | 등록일 : 2009-03-25 | 조회 : 2489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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항문에 대하여
----- 최희철
우연히 딸애의 똥을 닦아주다
항문이
꽃잎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.
그건 세상의 출구
마치 봉제인형의 마무리 작업 같은
주름이 잡혀 있지
끝없이 존재를 만나다 보면
우주의 끝이 이렇듯 주름이 있을까
부드러운 힘으로
온갖 부스러기들을 되살려 내는
경이로운 생산에 대해
할 말을 잃을 뿐
비관론자들은
그것이
늘 어둡고 칙칙하다고
불평하지
하지만 항문만큼
세상의 비계를 보기 좋게
조절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
변함없이 되돌려놓기에
무엇을 삼켰는지 알게 되고
항문이 성실하기에
우린 곤히 잠들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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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은이 -
최희철: 시인. 민주노동당 해운대 지역위원회 위원장, 민주노동당 포럼 "숲과 그늘" 회원
최희철 시인이 소속된 "잡어" 동인에서 발행한
"훌라후프 돌리는 나무" 시집에 실린 시
대장항문외과 의사와 친한 "항문"에 대한 시가 있어 올립니다.
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봅니다.
맨날 환자들의 항문을 보면서 이렇게 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
항문을 관리해주는 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시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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