▒ 유웰항외과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. ▒
Home >> 병원소개 > 공지사항
항문에 대하여
유웰항외과 | 등록일 : 2009-03-25 | 조회 : 2489
항문에 대하여



----- 최희철





우연히 딸애의 똥을 닦아주다

항문이

꽃잎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.



그건 세상의 출구

마치 봉제인형의 마무리 작업 같은

주름이 잡혀 있지

끝없이 존재를 만나다 보면

우주의 끝이 이렇듯 주름이 있을까



부드러운 힘으로

온갖 부스러기들을 되살려 내는

경이로운 생산에 대해

할 말을 잃을 뿐



비관론자들은

그것이

늘 어둡고 칙칙하다고

불평하지

하지만 항문만큼

세상의 비계를 보기 좋게

조절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



변함없이 되돌려놓기에

무엇을 삼켰는지 알게 되고

항문이 성실하기에

우린 곤히 잠들 수 있다.



-----

지은이 -

최희철: 시인. 민주노동당 해운대 지역위원회 위원장, 민주노동당 포럼 "숲과 그늘" 회원



최희철 시인이 소속된 "잡어" 동인에서 발행한

"훌라후프 돌리는 나무" 시집에 실린 시



대장항문외과 의사와 친한 "항문"에 대한 시가 있어 올립니다.

시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봅니다.

맨날 환자들의 항문을 보면서 이렇게 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

항문을 관리해주는 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시네요.